오랜만에 스타벅스 음료 리뷰를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카페에서 오래 앉아서 일을 하기에는 스타벅스만 한 장소를 찾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스타벅스 로고에는 인어가 있지만 인어 대신 루돌프가 있어도 될 만큼 희한하게 크리스마스와 스타벅스는 잘 어울린다.
오늘따라 한산한 매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일을 했다. 작업이 무르익어갈 무렵 낙엽이 굴러다니는 창 밖을 바라보니 왠지 기분이 나른해졌다. 게다가 지금은 한겨울인데 계절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봄 비(?)까지 살짝 내린다. 지구도 사람도 맨 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
꾸벅꾸벅 졸기 싫어서 짐을 챙겨 일어났다. 뭔가 정신을 차릴만한 에너지 음료가 없을까? 고도의 카페인을 내 몸에 주입해서 각성해야겠다! 하지만 물배가 차서 배부른건 싫은데.. 고민을 하는 이런 나에게 친절한 직원이 추천해 준 음료는 바로 '스타벅스 더블 샷 시리즈'였다. 나는 가장 많이 나간다는 '바닐라 스타벅스 더블 샷'을 주문했다.
테이크아웃으로 음료를 받아들고 좀 당황했다. 이 작고 귀여운 음료는 무엇인가. 에스프레소 말고 이렇게 작은 음료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스타벅스 더블샷 시리즈는 사이즈가 하나로 정해져 있고 아이스만 된다. 바닐라라는 단어만 빼면 마치 '더블 배럴 샷건'이 떠오르는 터프한 이름답게 207ml 용량에 카페인이 150mg이나 된다. 이는 박카스를 다섯 병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시면 잠 안 오기로 유명한 몬스터 에너지도 카오스 버전이 150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칼로리는 126kcal, 탄수화물과 당류는 각 각 16g, 14g이 함유되어 있고 나트륨은 30mg이 포함되어 있다. 콜레스테롤 5mg, 지방은 6g, 포화지방은 4.5g 이다. 일반적인 도넛 하나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6g임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옵션으로 디카페인을 선택 할 수 있으며 저 정도 카페인도 너무 약하다는 분들은 블론드로 주문해서 카페인 함량을 더 올릴 수도 있다. 참고로 원래 얼음이 없는 음료이지만 얼음을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맛 평가>
우선 스타벅스에서 적어놓은 음료 설명을 보자. '신선하게 제조된 더블 샷 믹스에 바닐라 시럽을 넣고 에스프레소 샷, 얼음이 어우러져 핸드 쉐이킹한 음료' 라고 한다. 한마디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것처럼 음료를 막 흔들어서 제조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바에서 하듯이 현란한 쉐이킹 스킬을 보여주면 더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퍼포먼스는 볼 수 없는 것 같다.
일단 맛은 정말 진하고 맛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음료맛을 알기 쉽게 써 보자면 'CU에서 파는 커피 우유에 죠리퐁을 두시간 정도 우려낸 맛'이다. 설명이 뭔가 저렴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맛은 딱 그런 느낌의 맛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맛있는 음료이다.
작은 용량이지만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있어서 마치 에너지 음료같은 느낌으로 마시기 좋은 것 같다. '서양식 박카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저혈당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이 떨어지거나 할 때도 좋고 작은 용량으로 큰 힘을 내고 싶을 때, 각성 효과를 보기 위해 마시기 좋다.
맛은 호불호가 없을 것 같고 엄청나게 달지도 않기 때문에 단것을 잘 못마시는 나도 마시기 좋았다. 가격은 5,100원으로 용량에 비해서 비싼 듯 하지만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함께 마신다고 생각하면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고카페인 음료답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마시니 정신이 반짝하고 드는 느낌이 난다. 앞으로 밤샐 일 있으면 그냥 이거 쭉 들이키면 될 듯하다.
어쨌든 뱅쇼먹고 깜짝 놀랐던 과거를 바닐라 스타벅스 더블 샷의 과도한 카페인으로 잊을 수 있어 좋았다. 스타벅스는 역시 정체성이 커피숍이니 커피 음료가 맛이 좋다. 여기서 앉아있었던 2시간 동안 뱅쇼 아무도 안 먹는 것을 눈치채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심지어 스팀 우유도 나가는데 뱅쇼는 안 나가더라.
할 말은 더 없고 그냥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싶다..
스타벅스 파이팅.
-오늘의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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