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온 미슐랭 셰프. 이제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있다. 백종원의 한식대첩 고수외전에 참가하고 골목식당에도 출연하는 등 언제부터인가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한 사람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파브리치오 페라리. 마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가 생각나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요리와 한식을 자유롭게 드라이빙하는 그의 실력과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오늘은 그의 식당인 파브리키친에 드디어 다녀와 보았다. 바로 가보자.
파브리 키친의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15길 23-6 1층이다. 용산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철도길도 있고 전체적으로 동네 가게들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나이 든 사람들 보다는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같다. 파브리키친의 영업시간은 11:30~21:00까지이며 런치는 14:00, 디너는 20:00가 라스트오더 시간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존재하는데 시간은 15:00~17:00이다. 따로 공지가 없는 한 연중무휴라서 언제든지 방문이 가능하다. (방문 전 전화로 문의는 필수. 예약자만 받는 날도 있기 때문.)
그렇게 규모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이태리 가정식 전문점이라서 그런지 편안한 느낌과 아늑한 느낌에 집중 한 느낌이 난다. 화장실 도어가 미닫이인데 자동 잠금이라 좀 생소해서 신기했다. 이날 사람들이 많아서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점이 좀 많이 아쉽다.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날 나와 지인은 앞에 두 팀 정도의 웨이팅이 있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테이블은 약간 어두운 우드 타입으로 이태리 가정식 전문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조명이나 테이블, 식기등도 화려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세팅으로 구성한 것 같다. 자기 먹을 밥 주문하려고 식당 직원을 부르는 게 무슨 죄짓는 거처럼 압박감을 느끼는 평범한 우리 한국인들 안심하라고 테이블오더도 친절히 구비되어 있다.
식사가 시작되면 물병(브로카)에 얼음과 생수, 레몬이 들어간 청량한 레몬수가 나오고 콜리플라워가 들어간 이태리식 피클이 나오는데 옛날 소싯적에 이탈리아 여행 때 먹었던 자르디니에라 같은 맛이 난다. 맛을 표현하자면 한국식 피클보다 덜 달면서 더 시큼하다. 콜리플라워 식감 때문에 맛은 있지만 왠지 혓바늘에 주의해야 할 것 같은 위험한 느낌.
식전빵은 향기가 풍부한 올리브유와 함께 따뜻한 빵이 제공되는데 그냥 빵을 이런 향긋한 올리브유에 찍어먹는 것 만으로 이미 여기는 유럽이 된 느낌이다. 유럽 음식 특유의 향과 맛,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고 입맛을 돋우기도 아주 좋다.
Panzanella(판자넬라) : 적신빵과 토마토를 이용해서 만든 이탈리아의 여름 샐러드의 한 종류이다. 중간에 디는 모르겠고 뽈포는 Polpo라고 쓰며 문어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는 Pulpo라고 쓰며 뿔뽀라고 읽는다. 위에는 리코타 치즈인듯한데 잘 모르겠다. 파브리 셰프가 재해석한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거 한 입 먹고 그냥 지중해 느껴버리면서 글라스 와인을 두 잔 시켜버렸다. 생각 같아선 둘이서 보틀 하나씩 끼고 마시고 싶었지만 집에 가는 길이 걱정이라.. 많이 많이 참았다. 그리고 해산물에는 물론 화이트와인이 좋지만 필자가 화이트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레드와인으로 주문했다.
다음은 너무 맛있어서 파브리 씨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싶었던 문제의 그 메뉴. '파스타 리모네 에 감베리'다. 리모네는 레몬을 뜻하고 감베리는 대충 새우를 뜻하는 것 같다. 새우가 들어간 메뉴에 '감'자가 보이면 대부분 그 단어가 대충 새우라는 뜻인 듯.
최근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는 트렌디한 맛의 파스타라고 하는데 버터향과 레몬향 그리고 적절한 간, 새우의 통통함의 조화가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럽 여행에서 많은 추억이 있었던 사람이라 이런 쌩유럽 감성의 메뉴에 더 격렬히 반응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간 일행도 이거 한입 먹고 기절초풍하는 맛이라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마지막 요리는 왠지 볼드모트가 외우는 마법 주문 같은 '마얄에 알레 에르베'라는 요리다. 마얄레는 돼지라는 뜻이고 에르베는 허브라는 뜻이다. 요리 설명에 마늘이 들어가 있다고는 했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마늘쫑을 살짝 핥은 정도의 향 밖에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에게 마늘 조금이란 타국가의 마늘 한 트럭과도 같으니 외국의 마늘 요리에는 어느 정도 자비심을 가지고 접근하자.
돼지 안심을 구웠는지 수비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좋았다. 소스에서는 진한 로즈마리향이 났는데 정말 전형적인 유럽 레스토랑 특유의 향이 났다. 아까 주문한 레드와인과 매우 잘 어울렸다. 그래도 이 마얄레 알레 에르베는 그래도 다른 요리에 비하면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정도였다.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친근한 이미지지만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세계적인 요리사 파브리의 식당에 와서 이렇게 기다리던 한 끼를 먹었는데 정말 좋았다. 보통은 기대를 가지고 오면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주 맛있었고 한때 유럽을 많이 여행했던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파브리 키친! 몰테 그라치에! 에비바!
맛집 방문 제안 및 추천 : jozinu00@gmail.com
'음식과 건강 > 식객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 스타필드 맛집 버니 파스타 솔직 후기 (6) | 2024.08.11 |
---|---|
싸고 맛있다! 인천 부평 산곡역 맛집 종로 왕 만두 리뷰 (2) | 2024.08.05 |
부산 남포동 할매집 회국수 방문 후기 (0) | 2024.03.10 |
참나무골 한우 곱창 뜨거웠던 그 집 후기! (0) | 2024.02.25 |
파이브가이즈 버거 냉정 후기 (0) | 2024.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