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아직도 내가 모르는 맛집들은 무한하고 내 인생은 유한해서 아쉬운 요즘이다. 평소 동네 구석구석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우연히 지인의 집에 들렀다가 근처에 유독 어떤 가게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참나무골 한우 곱창'이라는 집이다. 인천 산곡동에 위치한 가게인데 간판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다. 바로 가보자.
주소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마장로 380' 이다. 재밌는 게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산곡역에서 하차 후 7번 출구로 나와서 7분 정도를 앞으로 걸어가면 이 가게가 나온다. 7이 세 번 들어가는 행운의 777이라서 그런지 뭔가 대박의 기운이 느껴진다.
내가 이곳에 간 날은 금요일 이었는데 정확히 오후 5시부터 웨이팅이 시작되어 깜짝 놀랐다. 지인曰, 손님 많은 가게인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어쨌든 15분 정도를 웨이팅 하고서야 겨우 구석에 있는 자리로 앉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웨이팅 할 때 소곱창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내가 삼킨 내 군침 때문에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메인 메뉴에 한우 곱창, 막창, 대창, 부속 이렇게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부 모듬구이를 먹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둠구이가 2인 기준 450g이라고 되어 있어서 양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성인남자 두 명이서 모둠구이 2인분에 소주 한잔하고 볶음밥 1개 먹으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자신한다. 내장류 특성상 기름기도 많아서 생각보다 배가 빨리 차고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일단 테이블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기본적인 상차림과 함께 천엽, 생간, 된장찌개가 나온다. 술 생각이 없어도 이 집 된장찌개 한숟갈 떠먹어보면 바로 자동으로 '이모님!!' 하고 무조건반사로 직원을 부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나온 천엽은 꼬들꼬들하고 맛있었고 생간은.. 모르겠다. 필자는 생간 못 먹는다. 개인적으로 생간은 미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인내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있기에..
처음 상차림이 깔리고 나서부터 추가 반찬을 먹으려면 셀프코너로 가야한다. 셀프코너에는 사진을 보다시피 마늘, 된장, 마카로니 사라다, 김치 등이 있다. 소 내장구이를 찍어먹는 소스로는 새콤한 소스, 기름장 두 가지다.
기다리다 보면 모둠구이가 서빙되어 온다. 서빙 아주머니께서 한 손에는 거대한 집게(?) 같은 것을 철판의 양쪽 손잡이에 걸어서 저울 모양으로 만들어서 들고 오시며 다른 한 손에는 가위를 들고 오시는데 그 모습이 흡사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같았다. 마치 우리 가게의 곱창이야 말로 정의다!라고 말하는 듯 위엄 있다.
모둠구이가 서빙되고 나면 이게 각종 야채와 재료를 넣고 구워 주시기 시작한다. 고깃집에서는 단순히 불판의 성능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나 감성도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약간 옛스러운 느낌의 하얀색 철판이 주는 굉장히 감성적인 느낌이 있고 또 이런 두꺼운 불판의 특성상 한번 열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으며 고기가 열을 고르게 받아 더 맛있게 익는다.
그리고 이 모둠구이에 대한 맛 표현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 곱창과 대창등의 모둠구이인데 신선하고 잡내 없고 기름지고 고소하고 풍미 있고 심지어 부드러운 한우이다.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수준이 끝내준다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서빙하는 아주머니께서 겉의 기름받침 부분에 갑자기 식빵을 넣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마치 버터를 활용하듯 소 내장 기름으로 토스트를 해 먹는 것인지 두근거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름 흡수용이다.
궁금하다면 한 번쯤은 먹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소 내장 기름을 입에 들이붓는 것과 마찬가지임으로 건강에 좋지는 않다. 물론 적당히 노릇해졌을 때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으면 맛있긴 하다. 이걸 왜 아냐면 서빙하는 분이 몸에 안 좋으니 먹지 말라고 했을 때 솔직히 맛있겠다고 생각해서 나중에 살짝 맛 보았었다. (몸에 안 좋음 = 맛있음)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분위기도 무르익었고 해서 블로그 리뷰를 껀덕지로 뚝배기 곱창전골을 추가로 주문했다. 가격은 18,000원인데 사진처럼 고체연료 위에 뚝배기를 올려준다. 사진에서 표현이 될지 모르겠는데 진짜 엄청나게 크다. 조금 절주 하고 싶었는데 이 곱창전골 때문에 소주 3병을 더 마시게 돼버렸다. 진한 내장탕의 맛인데 그야말로 소주 안주 그 자체인 녀석이다. 뜨끈한 국물이 다음날 숙취까지 예방해 주는 것은 덤.
감성 넘치고 즐거웠던 이번 술자리를 장식하는 마지막은 역시 볶음밥이었다. 한국인은 그 집의 고기메뉴가 아무리 맛있어도 마지막에 볶음밥이 별로면 점수가 짠 경향이 있다. 볶음밥은 1개만 시켰는데(3,000원) 양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풍미 넘치는 소 기름에 각종 양념과 김가루, 그리고 들기름 향의 조합은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기에 충분했다.
가게 내부의 분위기부터 뜨거운 강철과 뚝배기의 열기로 아주 뜨끈하고 맛있었던 가게로 기억되어 있다. 그 맛도 맛이지만 뭔가 가게를 나올 때 보양을 하고 나온 느낌이 들고 힘이 불끈불끈 났다.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기도 좋지만 부부끼리, 연인끼리 따뜻하고 열정적인 데이트를 위해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집이다. 가격이 좀 쌔지만 한우니까 그 점을 감안하면 비용은 지불할 만했다. 오랜만에 인천 맛집을 찾았다. 다음에 또 와야겠다.
오늘의 포스팅 끝.
jozinu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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