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가 바로 라멘이다. 20년 전 첫 일본여행에서 먹어봤던 미소라멘과 돈코츠라멘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라면은 신라면이 최고 아니었어????' 언뜻 느끼해 보이면서도 균형 잡힌 맛. 식감 있는 면. 내가 라멘에 빠지게 된 계기이다.
오늘 소개할 라멘 맛집은 진한 닭 육수를 이용한 토리파이탄 라멘을 전문으로 하는 '정선당' 이라는 식당이다. 참고로 토리는 일본어로 닭이고 파이탄은 하얗게 우려낸 진한 육수를 뜻한다고 한다.
상동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규모가 작은 식당이고 웨이팅이 있을 수 있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영업시간은 11:30~20:30이며 매주 수요일은 정기휴무이다. 정기 휴무가 아닌 휴무일은 네이버에서 휴무일 알림으로 알 수 있거나 인스타그램 공지로 알 수 있다. 브레이크 타임도 있다. 15:00~17:00 까지이며 손님이 몰리는 점심때는 못해도 13:30 까지는 도착을 해야 안전하게 입장할 수 있다.
대표 메뉴인 토리파이탄이 8500원 수준으로 돼지육수를 쓰는 돈코츠 라멘 보다 약간 저렴하다. 가츠동이나 마제소바는 평일에는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거의 못먹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집은 토리파이탄 라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기본적인 토리파이탄을 원래 가장 좋아하지만 오늘은 일행과 함께 다른 메뉴를 먹었다. 국물은 삼계탕과 비슷하게 닭고기의 향기가 나지만 약간 더 찐득하고 진하다. 약간의 마늘향이 국물 맛을 잡아주고 무엇보다 감칠맛이 좋다. 혹시라도 닭고기 특유의 육향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미소파이탄이나 매운 파이탄을 추천한다. 미소파이탄은 진한 닭육수에 미소의 고소함을 더 했고 매운 파이탄은 신라면 정도의 맵기로 진하고 얼큰하면서 한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못 찍은)계란은 반으로 가르면 적당히 익어서 진득하게 흐르는 노른자를 볼 수 있는데 국물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 간장에 담가 두시는지 아주 약간 달달하다. 그리고 함께 들어가는 닭고기 토핑은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되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다음에는 추가토핑을 주문해서 먹어야겠다 결심하게 만드는 맛.
면은 부드럽지 않고 어느정도 단단하게 삶아져서 나온다. 적당히 꼬들한 식감이 국물과 잘 어울린다. 많이 배고플 때는 자연스럽게 면을 추가하게 된다. 요즘같이 추운 날 진한 닭육수 국물 한번 마시고 면 후루룩 하면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온다.
면을 다 먹고나서 밥을 추가해서 국물에 말아먹으면 밥의 달달함이 국물과 더해져서 미각을 한번 더 때린다. 약간 오버하자면 '요리왕 비룡이 만든 누룽지탕을 먹고 순간적으로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눈물 흘린 운남 총독의 기분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아주 굿이었다.
이상 어려운 시기에 8500원으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던 정선당의 리뷰였다. 참고로 사장님이 음식에 대한 철학이나 장인정신이 대단 하신 것 같다. 여기저기 각오를 적어 놓으셨는데 손님들 읽으라고 적어 놓았다기보다는 여기저기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아마도 스스로의 마음을 항상 다 잡고 계신 것 같다. 이런 맛을 매번 내는 과정이 어쩔 때는 고되고 귀찮기도 할 것이다. 사장님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에서 라멘 요리를 대표하는 거장이 되시길 나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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